🔍 스토리 제목, 작가 검색
📖 STORY & SCENARIO 무협 등록일: 2026년 09월 06일
조회수: 840 | 추천: 168

소림검사-2

무림스토리R
창작자: 무림스토리R
소림검사-2
🎮 조작 및 감상 가이드

스크롤 또는 키보드 방향키를 이용해 쾌적하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웹소설 / 스토리 본문
그날 밤은 유난히 달빛이 서늘하게 쏟아져 내리던 보름밤이었다. 소림의 무공 비급과 천년의 역사가 보관된 장경각(藏經閣)의 지붕 위로 검은 그림자들이 내려앉았다. 인근 사파(邪派)의 거두이자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혈천방(血天幇)’의 결사대였다. 그들은 소림의 수뇌부가 예불을 올리는 틈을 타 역근경의 비본을 훔쳐내기 위해 가장 험준한 절벽을 타고 침투한 것이었다. 경보를 알리는 타종 소리가 산사를 뒤흔들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당도한 것은 야마와 그를 감시하던 몇몇 계율원 승려들이었다. "나무아미타불! 물러서라! 산문을 더럽히는 자는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장경각을 지키던 노승들과 계율원 승려들이 육각 목봉을 휘두르며 결사대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살인을 꺼려 급소를 피하는 불가의 무공은, 애초에 목숨을 뺏기 위해 날을 벼려온 살인귀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혈천방 무인들의 독혈도(毒血刀)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승려들의 피가 낭자하게 튀었고, 비명과 함께 장포가 찢겨 나갔다. "어리석은 중놈들! 부처의 자비 따위로 내 칼을 막을 수 있을 성싶으냐!" 혈천방의 괴수가 광소를 터뜨리며 도를 내리찍었다. 그 칼날의 끝에는 다리에 부상을 입고 쓰러진 청운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연무장에서 야마를 멸시하던 바로 그 사형이었다. 청운의 눈동자에 짙은 죽음의 공포가 어렸다. 찰나의 순간, 청운의 목이 달아나려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 순간, 야마의 이성이 끊어졌다. 야마는 등 뒤에 낡은 천으로 꽁꽁 싸매두었던 금단의 물건, 산문에 입문한 이래 단 한 번도 뽑지 않았던 흑철검(黑鐵劍)의 손잡이를 부여잡았다. 봉도, 목검도 아닌 진검. 채애앵—! 칠흑 같은 어둠을 찢으며 한 줄기 검푸른 검광이 폭발했다. 그것은 십수 년간 불가(佛家)의 규율 속에 억눌려 있던 야마의 천부적인 검기(劍氣)가 통제를 벗어나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야마의 신형은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살려야 한다는 다급함, 그리고 생사를 가르는 실전 앞에서 그의 뼛속에 잠들어 있던 검사의 본능이 완벽하게 깨어난 것이다. 서걱—! 단 한 합. 야마의 흑철검은 괴수의 흉포한 도세를 종이장처럼 베어 넘기며 그의 목젖을 단숨에 꿰뚫었다. 적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피분수를 뿜으며 쓰러졌다. 사형을 구한 완벽한 찰나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야마의 실수는 바로 그 검에 실린 '도(度)를 넘은 힘'에 있었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보다 검의 살성이 너무도 거대하고 날카로웠다. 야마의 검끝에서 뿜어져 나온 서슬 퍼런 검강(劍罡)은 괴수의 몸을 뚫고 지나간 뒤통수 너머로도 멈추지 않고 뻗어 나갔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장경각 내부로 쏟아진 검기가 안쪽의 석벽을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그 뒤편에 모셔져 있던, 달마 대사가 친필로 필사했다고 전해지는 소림의 최고 성보(聖寶) '패엽진경(貝葉眞經)'과 천년 불상이 검기에 휘말렸다. 석조 불상의 목이 맥없이 잘려 나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고, 적괴의 목에서 솟구친 검붉은 핏물이 잘려 나간 불상의 얼굴과 부서진 성스러운 경전 위로 쏟아져 내렸다. 순간, 장경각 안의 모든 싸움이 멎었다. 적들도, 남은 승려들도 그 처참한 광경에 숨을 삼켰다. 적을 물리쳤으나, 야마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흉기가 들려 있었고, 부처의 성역은 붉은 피와 잘려 나간 불상으로 처참하게 유린당해 있었다. 불살계(不殺戒)를 어긴 살생, 그리고 산문 천 년의 신성(神聖)을 제 손으로 베어버린 파불(破佛)의 대죄. 그것은 그 어떤 공적으로도 덮을 수 없는 소림 역사상 최악의 참극이었다. 이튿날 아침, 대웅보전 앞마당. 야마는 차가운 돌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검붉은 피로 물든 흑철검이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방장 스님을 비롯한 칠십이당의 장로들이 모두 굳은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혜선 선사는 피를 토하듯 서슬 퍼런 호통을 내질렀다. "네놈의 흉성이 결국 부처의 목을 베고 산문을 피로 물들였다! 도반을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검을 쥔 순간부터 너는 이미 마도(魔道)에 발을 들인 것이야!" 청운을 비롯한 승려들 중 누구도 야마를 위해 변호해 주지 않았다. 목숨을 빚졌다는 사실보다, 자신들이 숭배하던 부처를 단칼에 두 동강 낸 야마의 그 소름 끼치는 검술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방장 혜관 선사가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염주를 굴렸다. "야마. 네 손의 검은 너무도 날카로워 불가의 넓은 자비로도 품을 수가 없구나. 너를 사형(死刑)에 처하지 않는 것이 소림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다. 오늘부로 너의 이름을 사문(寺門)의 족보에서 영구히 파내고, 산문 밖으로 축출한다. 다시는 소림의 땅에 발을 들이지 말거라." 승려들이 야마의 몸에서 낡은 장포를 거칠게 찢어냈다. 승복이 벗겨져 나간 그의 등판에는 차가운 삭풍만이 들이쳤다. 단 한 번의 실수, 주체하지 못한 검의 본능이 가져온 대가는 파문(破門)이었다. 야마는 변명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흑철검을 말없이 주워 들었다. 칼날에 새겨진 피비린내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자신은 결코 나무 목봉을 쥐고 목탁을 두드릴 운명이 아니었음을, 부처의 그림자 아래에서는 결코 온전한 검을 완성할 수 없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뿐이었다. "소림의 은혜는 여기까지입니다." 야마는 부서진 불상을 향해 마지막으로 짧은 묵례를 올렸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숭산의 산문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 뒤로는 굳게 닫히는 산문의 육중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소림의 품을 벗어난 이단아의 앞에는 핏빛 칼바람이 몰아치는 거친 중원(中原)의 강호가 아가리를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소림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불길한 검사, '야마'의 진짜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메인 홈으로 돌아가기
📖 INDIE STORY & NOVEL HUB

웹소설 · 시나리오 · 판타지 스토리 자료실

판타지, SF, 무협, 미스터리 등 독창적인 서사와 웹 소설을 자유롭게 등록하고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