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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 SCENARIO 무협 등록일: 2026년 09월 06일
조회수: 730 | 추천: 182

소림검사-3

무림스토리R
창작자: 무림스토리R
소림검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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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소설 / 스토리 본문
소림의 산문을 등지고 내려온 지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승려의 주황빛 장포를 빼앗기고 걸친 거친 삼베옷 한 벌, 그리고 등 뒤에 짊어진 차가운 흑철검 한 자루. 그것이 야마가 가진 세상의 전부였다. 탁발을 하며 세상을 떠돌던 시절과는 전혀 달랐다. 소림이라는 거대한 그늘을 벗겨내자, 속세의 강호는 먹이를 노리는 짐승들의 숲처럼 삭막하고 서늘했다. 주머니에 은전 한 푼 없이 굶주린 채 걷는 발걸음은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거웠다. 평생을 불경과 목탁 소리 속에 갇혀 살았던 그에게, 부처도 규율도 없는 드넓은 중원은 거대한 미로와도 같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손에 쥔 검으로 대체 무엇을 베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을 키워준 사문에서 마물 취급을 받으며 쫓겨났다는 낙인은 가슴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멍으로 남았다. 검을 쥐는 것만이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길이라 믿었건만, 정작 검을 들고 나선 세상에서 야마는 철저한 미아(迷兒)에 불과했다. 낙양(洛陽) 외곽의 허름한 주막 처마 밑, 때마침 쏟아지는 거친 소나기를 피하려 벽에 등을 기댄 야마의 귓가로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땡중 밥 물 빠진 지 며칠 안 된 놈이, 눈빛은 만인(萬人)을 베어 넘긴 살수(殺手)의 것이로구나." 기둥 뒤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한 노인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온몸에 기운 누더기 옷에는 둥근 주머니가 일곱 개나 매달려 있었고, 흙 묻은 죽장과 이 빠진 사발을 든 형색은 영락없는 거지였다. 하지만 야마는 단박에 직관했다. 저 흐리멍덩한 눈빛 너머로 번뜩이는 기운은 결코 평범한 거지의 것이 아니었다. 천하의 모든 소식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다는 문파, 개방(丐幇)의 칠결(七結) 고수였다. 노인은 허리춤의 표주박을 흔들어 탁주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씩 웃었다. "소림의 장경각에서 검을 뽑아 결사대 대장의 목을 꿰뚫고, 부처 대가리까지 두 동강 내서 쫓겨났다던 그 별종 사미승이 바로 너렷다? 강호 바닥에 소문이 아주 흉흉하게 돌더군. 소림 늙은이들이 호랑이 새끼를 품다 겁에 질려 내쫓았다고 말이야." 야마의 눈빛이 가늘어지며 손이 저절로 등 뒤의 검자루로 향했다. 그러나 노인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칼이란 본디 허공을 찌르고 살을 베기 위해 태어난 물건이거늘, 자비니 활인이니 하는 사슬로 꽁꽁 묶어두려 했으니 터져 나갈 수밖에. 사문에서 버림받고 손가락질당하니 천하가 다 끝난 것 같더냐?" "……할 말이 그것뿐이라면 비키십시오." "쯧쯧, 성깔 하곤. 갈 곳도 없어 넋 나간 송장처럼 걷던 놈이 칼자루는 꽤나 다부지게 쥐는구나." 노인은 혀를 차더니 품속에서 낡은 청죽패(靑竹牌) 하나를 꺼내 야마의 발치로 툭 던졌다. 대나무 패에는 정교한 개방의 비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서쪽으로 가거라. 섬서(陝西) 땅,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서악(西嶽) 화산(華山)으로." 야마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노인이 죽장을 짚고 일어서며 말했다. "소림의 둔탁한 곤봉 밑에서 썩기엔 네놈 몸속에 도는 검기(劍氣)가 너무 아깝다. 날카로운 바람이 사시사철 몰아치고, 칼끝에서 피어나는 매화(梅花)를 도(道)로 삼는 화산파라면 네 그 미친 재능을 마물이 아니라 보물로 볼 테지. 화산의 암자에 머무는 '취검(醉劍)'이라는 늙은이를 찾아가 그 패를 보여주거라. 내 술빚 대신 네놈 같은 괴물 하나를 던져주는 셈 치지." "어째서…… 저를 돕는 겁니까?" 야마의 물음에 노인은 빗속으로 성큼 걸어 나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껄껄 웃었다. "부처의 품에서 뛰쳐나온 검귀(劍鬼)가, 도가(道家)의 성지인 화산의 매화 속에서 어떤 칼춤을 출지 몹시도 궁금해서 그런다! 부디 산을 오르다 굶어 죽지나 말거라!" 소나기가 멎고 구름 사이로 서쪽을 향한 붉은 노을이 길게 드리워졌다. 야마는 진흙탕에 떨어진 대나무 패를 천천히 주워 들었다. 손끝에 닿는 서늘한 감촉이, 막막했던 심장에 새로운 박동을 불어넣고 있었다. 부처가 짓누르던 금단의 검. 이제 그 검은 천하의 검수들이 모여든다는 매화의 고향, 험준한 화산을 향해 첫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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